불안, 걱정, 두려움.. 행복한 합격소식 후에 날 괴롭히고 있던 감정들이다.사람의 감정이 이렇게 극과 극을 오갈 수 있다는 것이 정말 놀랍다.
후회나 선택의 여지 없이 나는 다음주면 서울을 떠나야 하고, 내가 서울에 와서 가장 먼저 갔었던 시화 갈대습지공원을 꼭 가고 싶었다. 꼭 처음과 마지막을 같은 장소에서 장식하고 싶었던 이유만은 아니다. 봄에 처음 왔을 때 가을에 다시 오리라고 다짐했었기 때문이다. 갈대습지공원이니 갈대가 가장 아름다운 계절인 가을에 와서 한국에서 가장 큰 인공습지의 절정을 느끼고 싶었다.
이번엔 혼자 갔다. 그냥 혼자가서 머리를 식히고, 마음을 정리하고 싶었다. 무엇보다 자연의 아름다움을 보고, 듣고, 대화하고 싶었다. 사람과의 소통은 7일 중 6일로 충분하지 않은가.. 내 마음의 눈을 깨끗하고 즐겁게 해주는 순수하고, 자연스럽고, 무엇보다 천천히 흘러가는 순간이 필요했다.
역시 기대 만큼 너무 아름다웠다. 봄은 다양한 꽃들로 공원이 물들어 있었고, 가을은 갈대로 가득찬 부드러운 갈색 도화지 위로 노랑, 빨강, 연두, 주황의 단풍들이 피어있었다. 초록 잎이 연두와 주황, 노랑의 색깔을 다 품고 있다. 풀잎도 그 작은 몸에 많은 색을 가지는데 '내'가 다른 색깔들을 가지고, 이렇게 복잡한 감정들을 가지는 것이 다양한 것은 아닌가? 난 그저 저 잎처럼 다양한 색을 가진 사람이 되고 싶다. 때론 이런 꿈이 나를 혼란스럽게 하고, 변덕쟁이에 전혀 관계없는 경험들의 연속으로 내 20대가 가더라도 나의 20대는 기쁨, 즐거움, 실패, 성공, 아픔, 불안, 기대, 다양한 사람과 경험들로 가득채워 저 단풍잎 같은 색을 내고 싶다.
나팔꽃처럼 생긴 저 잎을 보고 무엇이 연상되는가?
나는 70, 80년대 축음기 스피커가 떠오른다. 저 잎들이 오케스트라처럼 자신들의 소리를 만들어낸다. 진심으로 기뻤다. 축음기가 먼저 떠올랐다는 게.. 아직 내 가슴은 음악, 낭만,젊음, 추억을 간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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