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가습지보전사업관리단 박혜원
에코뮈제를 향한 첫걸음
한국 최대의 원시 습지인 우포늪은 선산을 보존하려는 한국의 유교적 정서와 지형적 특성으로 국내 다른 습지보다 자연의 모습을 많이 유지하고 있다. 6000년의 물길과 사람과 역사를 품고 있는 듯한 우포늪은 그 자체로 고요함과 웅장함을 품고 있었다. 지난 4월 책임생태관광시연회에서 환경부, 관광업계, 환경단체 등이 모여 1박 2일의 여정으로 우포늪과 성씨고가, 창녕박물관, 전통 찻집 등 우포늪 지역의 생태문화를 경험하였다.
에코뮈제는 생태(Ecp)와 박물관(Museum)을 합성한 프랑스단어이다. 사람들이 줄지어 진열된 수집품을 관람하는 수집품이 진열된 박물관을 뜻하는 것이 아니나 지역의 공동유산을 보존, 교육, 계승하여 지역개발에 활용하는 특정 지역의 공동체적 생태문화과정이다. 기후변화와 지역문화보존에 대한 인식이 증가하면서 한 지역의 생태, 사람, 문화, 역사가 연결된 “소통의 장” 으로서의 박물관이 지역을 이끌 것이다.
프랑스 등 북서유럽국가 그리고 일본에서는 이미 에코뮈제가 많이 발달 되었지만 한국은 최근에 들어서야 생태관광의 이름으로 이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그러므로 시발점에 있는 한국은 우리의 고유의 자연*문화*역사에 맞는 한국형 에코뮈제문화를 만들기 위해 많은 대화와 노력, 시간이 필요하다. 그러므로 이번 우포늪 책임생태관광 시연회는 지속가능한 에코뮈제로 발전하기 위한 시도이면서 한 모델이라고 할 수 있다.
에코뮈제를 향한 실천적 자세
이번 생태관광은 습지 뿐만 아니라 그 지역의 역사(창녕박물관, 고분, 성씨고가)를 배우고 신선하고 지역의 맛을 느낄 수 있는 먹거리와 잘 연결시켰다. 그 지역의 환경은 지역문화와 먹거리와 상호작용한다. 더욱 우포늪은 약 6000년 전에 형성되기 시작했다고 한다. 물길이 있는 곳에 사람이 모이고, 문화가 형성되고, 기술이 발달한다. 따라서 습지탐방과 더불어 박물관 지역먹거리를 연결시킨 이번 프로그램은 우포늪 지역의 특색을 아주 잘 포괄했다고 생각한다.
첫날 우포늪을 탐방하고, 둘째 날 지역 박물관을 방문하고 가야 역사를 배울 수 있었던 것이 좋았다. 그리고 성씨고가를 방문하여 그 지역에서 버려질 옛 가옥을 가져와 고가를 증축하는 예를 보여준 것은 자원을 낭비하지 않으면서 전통과 아름다움을 지킬 수 있는 지속가능한 이용과 개발을 잘 보여주었다. 창녕군 인동초 한우, 야생화차, 논고동국 등 먹거리에도 본 프로그램에 차별화를 두려는 노력을 볼 수 있었다.
우포늪을 한국의 대표적인 에코뮈제로 개발하기 위해서는 첫 번째로 우포늪의 생태와 지역을 잘 아는 지역주민으로 구성된 생태가이드를 양육하는 것이다. 성씨고가 디자이너이너 소유주를 통해 성씨고가를 탐방한 것이 인상적이었는데 앞으로 지속적으로 늘어날 관광객들을 위한 성씨고가 가이드 양육이 꼭 필요할 것이다. 창녕박물관 관람도 우포늪 혹은 지역 자연의 특색과 함께 역사 유물과 선조들의 모습을 배워보는 것도 흥미로울 것 같다.
같은 달에 있었던 DMZ 서부민통선 생태탐방의 경우, 아마추어 사진작가들의 책임 있는 출사활동 인식증진에 목적을 두어 생태가이드, DMZ 생태연구소, 조류에 대한 책을 출판한 경험이 있는 생태사진협회 서정화 이사 등 전문가들로부터 그 지역과 생태계 교육과 그들의 연구와 경험 속에 묻어난 습지와 생태에 대한 철학을 배울 수 있었다. 단순히 아름다운 자연이라 보전해야 하는 것 이상으로 한 장소 장소마다 의미와 가치를 부여할 수 있는 과정이 필요하다.
둘째날에 우포늪에서 지역 어부로부터 전통어획 모습을 보고 그 지역의 물고기와 습지의 변화모습에 대한 얘기를 들었는데 지역어민들에게 친환경적 어획방법을 훈련시키고 더 많은 지역가이드의 육성 또한 필요할 것이다.
생태관광이기 때문에 "보는 관광"이 아닌 “체험관광”이라는 기대치가 더 높기 때문에 역사를 배우는 코스도 이제 우리가 경험하고 손으로 만질 수 있어야 한다. 창녕군의 가야 유물이 이 한국과 세계에 흩어져 있다고 하는데 시와 정부는 유물찾기운동을 적극적으로 추진해야 하며, 시 차원에서는 박물관 주변에 고인돌 혹은 전통 돌깎기 체험, 가야시대의 놀이 혹은 음악 체험 등 한국인과 외국인이 즐기고 배울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만들어야 한다.
성씨고가는 앞에서 말한 지역문화놀이나 전통예술을 체험하면서 소규모 가족단위의 숙박뿐만 아니라 소규모의 국내*국제회의도 개체할 수 있는 잠재적 가능성이 있다. 성씨고가는 개인소유이기 때문에 시설이나 개방성 등의 한계가 있으므로 창녕시와 관계자가 절충점을 찾아내는 것이 과제라고 하겠다.
북아일랜드 습지센터의 경우 생태와 문화, 역사를 연결하되 습지센터 마스터플래닝 단계에서 관계자와 지역민들과의 충분한 의논을 통하여 인간역사에 집중하여 습지센터를 개발하였다. 우포늪의 경우도 한 프로그램에 이 모든 것을 다 넣기보다 다양한 연령층과 목적에 맞춘 프로그램을 만들면 방문객이 각자의 관심분야에 맞게 에코뮈제와 소통할 수 있을 것이다.
이번 시연회 프로그램에서 아쉬웠던 점은 따오기박물관이다. 국가적으로도 가치가 있지만 탐방 중 따오기 박물관에 대한 교육이나 방문, 혹은 체험의 기회가 부족했다. 따오기 박물관이 교육이나 전시의 준비가 된다면 사람들에게 자연의 소중함과 이에 대한 연구와 보전의 중요성도 알릴 수 있을 것이다.
고분야간탐방의 경우도 날이 춥기도 하였지만 고분에 대한 설명도 아쉬웠고, 어두워 위험하기도 하고 고분을 제대로 볼 수도 없었다. 오히려 낮에 박물관을 방문하면서 고분을 걸어보는 것도 방문하는 것이 불필요한 동선을 피하고 별보기나 다른 프로그램을 할 수 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우포늪 생태관 방문을 첫날에 하거나 아니면 습지탐방 전에 짧게라도 우포늪에 대한 사전지식을 얻을 수 있다면 우포늪을 탐방하는데 이해를 도울 수 있을 것이다. 단, 생태관과 생태가이드의 설명부분에 대한 영역 혹은 역할을 잘 조절하여 효과적인 생태교육이 이루어 지도록한다.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생태관광 프로그램일 경우, 우포늪에 대한 개괄적 설명을 먼저 듣고 우포늪 탐방을 하면서 지역가이드 혹은 전문가이드가 우포늪에 서식하는 생물과 지역주민들의 옛 모습 등을 소개하는 것도 단계적인 교육과 인식증진의 한 방법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우포늪의 경우 계절별로 모습이 뚜렷하기에 봄에 방문한 사람이 다른 계절의 모습을 볼 수 있도록 사진이나 안내책자, 게시판 등을 효율적으로 사용하여 상상하고 다음에 또 찾아오고 싶은 마음을 가질 수 있게 하면 일회성적 관광이 아닌 다른 의미의 지속적 관광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상황에 따라 가이드의 동행 없이 우포늪을 방문하는 사람들을 위해 우포늪 산책로 지도와 함께 장소마다 계절별로 보거나 들을 수 있는 동식물을 간단하게 소개하는 작은 수첩이나 안내책자를 만들고 외국관광객을 위하여 다양한 언어로 번역하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다.
DMZ 서부민통선 생태탐방은 일반인으로서 쉽게 접근할 수 없는 지역은 탐방할 수 있는 특징이 있고 우포늪은 원시자연습지라는 강점을 잘 살려서 특화 시킬 필요가 있다. 모든 사람을 만족시킬 수 있는 관광은 없다. 오히려 강점을 특화, 발전시켜나가야 붕어빵 에코뮈제를 피할 수 있을 것이다. 현대인의 스트레스를 다소 해소할 수 있는 허브차 개발이나 우포늪에서 할 수 있는 자연감상법, 명상법 등을 개발하는 것도 도움이 될 것이다. 실제로, 우포늪 산책 도중, 한 일본에서 온 참여자가 안내하는 대로 잠시 서서 풀잎의 색을 세어보고, 후에 1분 동안 눈을 감고 서서 들었던 벌, 새, 곤충의 소리들이 마음을 편안하게 하였다. 잠시 현실에서 빠르게 돌아가던 시계바늘을 세우고, 원시적 자연의 일부가 된 듯한 느낌을 가졌다. 이것이 우포늪이 가진 힘이다.
DMZ 서부 민통선 생태탐방에서 일정의 마지막에 새전문가의 사진워크숍이 있었다. 실제 새들을 오랜기간동안 지켜보시고 연구했던 것들을 사진과 함께 소개하는 자리였는데 숙식했던 해마루촌 이장님도 그 워크숍을 들으시고는 철새박물관을 짓고 싶다는 말씀을 하셨다. 이렇게 생태탐방이 인식증진과 생태교육이 되고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고 행동으로 옮길 수 있는 장이 되려면 관광 후 생태전문가나 지역에서 우포늪을 연구하는 사람들과 일반인이 진지한 대화를 가질 수 있는 시간이 필요 할 것이다.
시연회 첫, 둘째날 좌담회와 토론회를 통해 발전적인 책임생태관광을 위해 방문자의 수를 제한하거나 예약제로 사람들이 우포늪을 방문할 수 있는 방법이 논의되는 등 자연보전에 대한 예상되는 현실적 문제를 고민하였다. 그리고 현재 생태교란종으로 있는 뉴트리아와 같은 외래종 관리, 우포늪 근처 과잉상업건물건설 방지 등에 대한 중요성도 재확인 하였는데 이러한 진지한 대화가 지속적으로 이루어졌으면 한다.
6,000살 우포늪에서 에코뮈제를 배우다
정부의 녹생성장의 기조에 따라 각 지역에서 생태관광에 대한 관심이 커가지만. 그에 따른부작용도 우려가 된다. 많은 지자체나 혹은 중앙정부는 하구나 습지 근처에 어마어마한 돈을 들여 생태관이나 연구소, 박물관을 지으려고 한다. 정부나 지역의 관심과 투자는 좋지만 실적위주의 외관에 치중한 개발은 지양해야 할 것이다. 우포늪도 주위에 박물관 등 건물을 짓는 것 보다 우포늪 지역 자체가 박물관의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전체적인 내용 중심의 개발이 이루어지길 바란다.
과거와 현재가 조화롭게 공존하는 우포늪이 가진 특징을 잘 이해하고 살려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다른 생태관광지역과의 네트워크 구축을 통해 서로가 협력관계를 바탕으로 자연보전, 문화 계승, 대중인식증진, 지역경제활성화의 목표를 천천히 균형있게 고민하는 것이 먼저 필요할 것이다. 지역주민과 정부관계자, 전문가들과의 꾸준한 대화와 협력으로 천천히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6,000년이 넘도록 그 지역을 지켜온 우포늪의 자세를 기억하자.